Age. 36
Male
Poisen _ S Rank / Head of Villain
187.5cm / 73kg
감염여부: 0
커미션by 김마스님 @_KIMAS
남자의 전신에서 찾을 수 있는 유채색이라고는 탁한 녹빛의 눈동자 뿐이었다. 그 자존심 만큼이나 높은 콧대 위에 얹어진 검은 테의 안경 너머로 던져지는 시선에 선명한 감정이 담기는 경우는 드물었다. 기껏해야 그 뻣뻣하기 짝이없어보이던 입꼬리를 한 쪽만 끌어올려 비릿하게 웃을 뿐이었다. 주로 조소나 분노, 오만을 담아서. 근 3년간 그의 가까이에서 감정을 더해준 이들이 있어 지금에 이르러서는 그 이상의 감정들도 알게 되었다곤 하나, 자연스러운 표정을 짓는 것 자체는 아직 익숙치 않은 듯 양 입꼬리를 올려 짧게 미소 비슷한 것을 지었다가도 곧 입가에 작게 경련을 일으키며 한 쪽만 올린 비뚜룸한 표정으로 돌아오곤 했다. 거기에 더해 흐트러짐 하나 없이 깔끔하게 넘겨 정리한 윤기 흐르는 흑발과 반듯한 이마는 그렇다 쳐도, 하도 찌푸리고 있어 잘 때마저도 펴지지 않을 만큼 깊게 주름이 패인 미간은 그의 신경질적인 면모를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오직 무채색의 와이셔츠와 검은색의 반듯한 쓰리피스 정장만을 착용하며, 고고한 듯 느껴지는 그의 분위기 탓에 언뜻 보아서는 금욕적인 인상을 받을 수도 있다. 올리앤더는 쌓인 시신들을 밟고 올라와 빌런들의 수장이 된 인물이며, 조금만 지켜보아도 그 첫인상은 바스러져 그가 무엇보다도 제 욕망을 우선시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가 다루는 것은 다양한 종류의 독인 탓에 자신의 능력에 산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소지품과 옷에는 모두 특수처리가 되어있다. 그의 집 옷장에는 필시 같은 디자인의 정장만이 빽빽하게 걸려있을 것이 분명하다. 옷 위로 드러난 실루엣만을 보았을 때 키에 비해 마른편인 몸이나, 꾸준하게 운동하는 듯 단단하게 잡혀있는 마른근육과 뛰어난 반사신경은 그가 빌런 연합의 수장이 되기 전 청부 살인을 업으로 삼았을 때부터 철저히 관리하고 키워온 신체조건이다. 빌런 연합의 수장이 된 이후로는 주로 책상 앞에 앉아 업무를 보며 전투에 나간다고 해도 물리적 싸움을 할 일은 없었으나, 본인의 철저한 성격상 작은 빈틈이라도 보여서는 안된다는 의지로 도검술까지 게을리 하지 않았다. 또한 이것도 능력의 후유증이라면 후유증이겠지만, 이전에는 양 손끝까지만 독에 삭은 듯이 메마르고 시커먼 색이었으나 현재에 이르러 왼손의 그것은 손목까지 번져 올라와 있다. 능력을 쓸 때면 검게 말라버린 왼손목에서부터 균열이 벌어져 그 틈새로 검은 독기가 불길하게 새어나오곤 한다.
탐욕에 몸을 맡긴/
'왜 나를 그렇게 보는 거지? 가식떨지 말아.'
모든 사람은 그 정도와 방향이 저마다 다를 뿐 욕심을 따라 움직이는 법이다. 제법 그럴듯한 신사의 탈을 쓰고 있으나, 올리앤더라는 남자는 빌런들의 수장이었다는 그 자리에 걸맞게 끔찍이도 탐욕적이다. 별다른 부족함도 없고, 씀씀이상 별다른 사치를 부리는 것도 아니지만 끝없는 부와 쾌락을 포함해 모든 본능적 욕구들에 매달리며 자신의 손이 닿는 한 긁어모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직성이 풀렸다. 오직 누군가를 이끌어야 할 지도자로서 있을 때에는 어느 누가 흠잡을 데 없이 이성적으로 행동하지만, 개인적인 상황에서만큼은 그저 탐한다는 그 행위 자체에 목적을 둔 듯이 욕심을 부리고, 그 순간 원하는 것에 몸을 내맡겨 충동적으로 행동한다. 그의 악취미적으로 비틀린 성벽과 자신의 독을 이용한 마약에 스스로 빠져있는 것 역시도 거기서부터 뻗어나온 연장선이리라. 올리앤더라는 이의 다분히 쾌락주의적인 면모를 중점으로 보자면 미맹이라는 신체적 한계로 인해 박탈당한 식욕과, 과거부터 내면에 깊숙히 뿌리내려 온 욕구불만으로 인한 것으로 보이지만 수장이 되기 전 그가 정확히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아는 이는 거의 없다.
오만에 걸맞는 의지/
'죽은 이들의 삶은 살아있는 자들의 기억으로 대체된다.'
그는 오만하며, 항상 더 강한 자극, 보다 많은 부와 강한 힘, 권력과 기나긴 삶을 원해왔다. 어떠한 일로 인해 그것들로 쌓아 온 모든 것들이 몇 번이고 무너져 밑바닥에 떨어진다 해도 그는 끊임없이 일어나 첫 번째 벽돌부터 다시 쌓아올렸다. 남은 것 없이 목숨만 붙어 있대도 삶은 끝난 것이 아니니 수없이 많은 생명들을 짓밟고 집어 삼켜서라도 그는 죽지 않고 살아가야 했다. 그 살겠다는 강한 의지와 집념만큼은 올리앤더가 이 세상에 던져진 뒤로 단 한번도 변함없이 그를 지탱해왔다. 현재에 이르러 S급에 달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판단내려지고 있으나 사실상 국가에 의한 능력 검사나 시험과 같은 것들은 그에게 너무나도 먼 이야기였다. 정확히는 본인의 의사가 어떤지를 떠나서 애초에 올리앤더에게는 그러한 것들을 접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못했다. 이는 매우 드문 경우이나 태생적 환경과 성장 배경으로 인한 것이었고, 그래서 올리앤더는 자신의 인생에 대해 후회할 줄 조차 모른다. 이 길 말고는 그에게 주어진 것이 아무 것도 없었기 때문에.
주관에 의한 태도/
'내 욕심은 끝이 없어, 나를 보아 줄 댁들의 존재까지도 원하고 있어.'
올리앤더에게 있어서 별다른 접점 없는 타인의 생명은 어떠한 무게도 가지지 못한다. 상대가 가진 능력의 유무나 그 위력 역시도 그에게는 의미없다. 제가 인정한 강자에 대한 약간의 존중이라면 있을 수 있지만 그에게 중요한 것은 그저 호의의 여부라고 할 수 있다. 단 한번이라도 제게 호의적으로 다가와 얼굴을 익히고, 대화를 나눈 상대라면 그의 태도는 달라질 것이다. 여기서 태도가 달라진다는 것은 지극히 그 자신의 기준이라 일반적인 시선으로 보았을 때는 큰 차이가 없을지도 모른다. 예민하고 신경질적이던 태도가 조금은 덜해졌다고는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르며, 본인의 말을 빌리자면 확실하게 드러나는 점은 이를테면 상대가 코 앞에서 죽어가더라도 눈길을 주느냐 마느냐의 차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만일 올리앤더의 까다롭고 제멋대로인 성격에도 불구하고 그 이상의 의미로써 다가가는 데 성공했다면, 기뻐해도 좋다. 그는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것을 누구보다 노골적으로 드러낼 테니.
- 생일 3월 13일
- 빌런연합 수장. 과거 수많은 M들이 몰려왔을 때 당시의 수장이 자리를 넘기고 세상을 떠났다. 그 후 3년간 빌런연합의 수장으로써 활동했다.
- 히어로와 빌런의 경계가 모호해진 지금의 상황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 빌런 연합의 울타리가 사라진 뒤에도 그저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자신을 스스로 따르는 자들만을 이끌며 활동중. M을 처치하고 그것들에 대한 연구를 지속중이다. 수장이 되기 전에는 빌런연합 소속의 살인 청부업자로써 높은 자리에 있는 극소수의 고객들 외에는 이름을 알지 못하도록 음지에서 암약했다. 그보다 이전에는 흥신소를 차리기도 했었으나 올리앤더를 제외한 모든 구성원들의 죽음으로 인해 와해되었다.
- 미맹. 맛을 느끼지 못한다. 식사는 죽지 않기 위한 의무적 행위일 뿐으로, 누군가와 같이 하는 식사가 아니라면 그냥 식재료들을 모아 통째로 갈아 마셔버린다. 가끔씩 신경, 정신계 능력자들을 통해 미약하게나마 되찾기도 하지만 크게 피로를 느끼며 일주일 이상을 가지 못한다.
- 왼쪽 눈은 의안이다. 정교하게 만들어져 자세히 관찰해야만 눈치 챌 수 있다.
- 이능력과는 별개로 해독제 제조에 능하다. 독성이 강할 경우 자신에게도 약간의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자주 사용하는 해독제는 작은 병에 챙겨다닌다.
- 그의 옷이나 개인 소지품들은 대부분 독에 영향을 덜 받도록 특수처리되어 있다. 그러지 않으면 본인의 독기에 옷이 몽땅 녹아버릴 수 있기 때문.
- 마약성 독을 이용해 진통, 수면, 환각 효과를 낼 수 있다. 이를 이용해 스스로 취해있을 때도 있다.
- 3년 전부터 시가를 피우기 시작했다. 본인의 독만큼 중독성이 강하지는 않아 입이 심심할 때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가끔 피우는 정도.
- 동거인과 함께 생활하는 중. 혼자 살던 저택은 대부분 개조해 독을 개량하는 실험실로 사용하고 있다. 현재 거주하는 집의 지하에도 비슷한 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S급 능력자들은 재해에 가까운 거대한 규모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기관에 의해 정확히 측정된 바는 없으나, 이미 재해 이상의 피해를 일으킨 적이 여러 번 있는 올리앤더의 능력에 자동으로 S급이라 랭크가 매겨졌다. 올리앤더는 성질도 색도 냄새도 다양한 종류의 독들을 다룬다. 주로 기체형 독과 액체형 독을 사용하는데, 기체화된 독을 피부에서 뿜어내 주변에 퍼트릴 수 있으며 이러한 독은 공기중에 퍼져나가는 탓에 범위를 특정하기가 어렵고, 치사율 높은 무색무취의 독이 지나치게 넓게 퍼지면 불필요한 학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공격할 대상들에 둘러싸인 것이 아니라면 굳이 사용하지 않는다. 필요할 때면 자신의 몸 일부를 강한 독성을 가진 기체화할 수도 있다. 주로 팔을 그렇게 만들며, 이를 자주 사용할 때마다 손 끝에서부터 검게 삭아든 부위가 점점 넓게 퍼져나간다. 그래서 되도록 왼손만을 기체화하는 편. 또한 액체형의 독은 몸에서 줄줄 흘리거나 응축시켜 날릴 수 있다. 예를 들어 손으로 쏟아내 손바닥에 독액이 가득 고이게 해 쏘아보낼 수도 있고, 암살을 할 때는 이것을 날카로운 물체에 발라 상대가 눈치 채지 못하는 사이 중독시킬 수도 있으며 필요하다면 지독한 독성을 이용해 금속마저 녹여버릴 수도 있다. 올리앤더가 다루는 모든 독은 본인에게 해를 입히지 않을 수 있고, 자신이 내뿜은 독은 도로 거두어들일 수 있으나 타인에 대한 해독능력은 없으며 능력을 쓴 직후에는 올리앤더의 혈액이나 침과 같은 체액에 소량의 독기가 남아 있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강한 독을 내뿜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그는 숨결마저도 치명적일 수 있으므로 접근하지 않는 것이 좋다.
- A급 브랜든 하워드:
둘 모두 빌런연합 소속이던 3년 전, M들이 쳐들어왔던 사건 때 처음 만나게 되었다. 서로 말이 잘 통해 원만한 관계가 형성되었고, 여러모로 잘 맞아 섹스파트너가 되었다. 시간이 흘러 브랜든이 M이 되었다 돌아오고, S급이던 능력이 A급으로 떨어져 에이프릴을 혼자 제어할 수 없게 되자 그를 도와줄 겸 동거하게 되었다. 동거한지는 약 1년 가까이 되었다.
- S급 에이프릴:
에이프릴이 두 차례 M이 되었다 돌아오며 기억을 잃은 듯 보임에도, 3년 전 그가 히어로였을 때부터 안면이 있던 올리앤더는 조금 기억하는 것인지 묘하게 잘 따른다. 폭주의 위험성을 가진 그를 브랜든과 함께 머무르며 제어하고 있는 입장. 올리앤더가 에이프릴의 머리를 쓰다듬거나 턱을 긁어주는 등 묘하게 애완동물을 대하는 듯 보여 주변에서 보기에는 이상해보이기 쉽다.
- A급 유클리드:
연합 해체 이후 M들을 연구하기 위해 돌아다니던 중 M과 전투하던 유클리드를 처음 만나게 되었다. 그가 사용하는 능력을 유심히 봐두었던 올리앤더는 그에게 의뢰해 미맹인 자신이 일시적으로라도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고, 다른 신경, 정신계 능력자들의 최면에 비해 그의 오감조종이 맛을 더 선명히 느끼게 해준다는 것을 알았다. 이후 미각이 필요할 때면 가끔씩 그에게 부탁하게 되었다. 장난질을 조금 치고 있는 것 같지만, 맛을 느끼게 해줄 수 있는 능력자는 드문 탓에 어느정도는 눈감아주고 있다.
- A급 샤하르:
샤하르가 빌런연합에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그녀는 M들에게 큰 원한을 품고 있었다. 원한이 있다고 했던가. 그 자신이 독기 가득한 사람인만큼 올리앤더는 독기품은 인재들을 쉬이 마음에 들어했고, 그래서 기억했다. 연합 해체 후 올리앤더가 M들을 처치/연구하는 자신의 개인적 조직을 구성할 때 샤하르에게 들어오길 제안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했던 셈. M을 쳐부술 수 있다면 어디든 좋다던 그녀의 대답은 목표지향을 중요시하는 올리앤더가 고개를 끄덕이기에 충분했다.
- S급 리볼버 파인:
올리앤더와 리볼버는 각각 빌런들의 수장과 히어로들의 수장 자리에 앉아있었고, 대외적인 관계는 당연히도 적대적이었으나 사실 두 사람의 사적인 관계는 의외로 나쁘지 않았다. 올리앤더가 수장이 되기 전에 알게 된 사이인 것도 있고, 당시 올리앤더가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빌런 연합의 소속원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대 사람으로써 존중을 보였기에 올리앤더는 노력으로 수장의 자리에 오른 강자로써 리볼버를 존중했다. 그리고 각 연합의 해체 이후, 최근 들어서 리볼버는 올리앤더의 수면, 각성 등의 마약성 독들을 해독제와 함께 구매해가는 고객이 되었다.
- A급 키스 듀렛:
올리앤더가 빌런연합 수장이 되기도 전, 청부살인을 업으로 삼고 있을 때 키스 듀렛과 짧게 마주친 적이 있었다. 당시 키스는 뱀파이어 헌터로써 출장을 다니며 헌팅을 하고 있었고, 올리앤더가 의뢰를 받아 죽여야 했던 타겟과 목표가 겹치게 되었다. 타겟을 죽이러 왔던 키스와 마주친 올리앤더는 그가 동종업자라고 생각해 다른 일을 알아보라는 말을 남기고 떠나버렸다.
- B급 아리엔 솔루아:
연합들의 해체 이후, 사실상 용병으로 활동하고 있는 아리엔을 알게 되었다. 독과 약물을 제공하는 대신 돈과 정보를 얻는 거래관계. 올리앤더 측에서는 기밀정보를 포함해 도청이나 촬영을 의뢰하기도 하고 있다.
- B급 제레미 원:
3년 전, 예언의 날 당시 여러 전투에서 함께했던 히어로. 둘 다 외적으로 친밀감을 드러내지는 않아 데면데면한 감이 있으나 강자에게 약한 제레미의 성격을 알아 나름대로 편하게 여기고 있다. 드물게 마주칠 때마다 제레미가 비타민 음료를 주고 도망가는 이유를 알지 못해 의문이나, 매번 도망가버려서 묻지는 못하고 있다.
- S급 세베루스 발터 뢰머:
올리앤더의 기체형 독은 범위 제어가 불가능에 가까워 도리어 큰 전투에서 사용할 수 없었으나, 이에 대한 문제는 세베루스를 만남으로써 해결되었다. 그가 한 점에 중력을 집중시켜 만들어낸 블랙홀은 뒤탈없이 올리앤더의 독들을 모두 집어삼켜 정리해줄 수 있었다. 올리앤더는 이에 대한 보답 겸 거래로써 세베루스의 기면증을 완화시켜줄 수 있는 약물을 제공하고 있다.
- A급 레오나르도 스캇:
레오는 이전 빌런 연합의 소속이었을 때부터 올리앤더가 수장 지시로 배치한 곳이 아닌, 감당할 수 있는 것 이상의 일에 자꾸 뛰어들었다. 때문에 올리앤더는 여러 번 골치를 앓고 그를 요주인물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 번 큰 전투가 있었을 때, 능력을 사용하느라 올리앤더의 양 팔이 모두 없어져 있던 상황에서 비물리적 공격을 받아 위험했으나 (또다시 지시되어 있던 다른 곳이 아닌 그 자리에 와 있던) 레오 덕분에 목숨을 건진 일이 있었다. 그 사건 후론 반쯤 포기하고 마음대로 하라고 두게 되었다.
(계속 추가중)
틈을 허용하는 것은 항상 죽음을 뜻했다. 저에게는 매 순간이 그러했다.
만에 하나 허용하고 말았다면 그 위로, 주변으로 더욱 단단한 벽을 쌓아 자신을 단단히 감싸야만 하는 것이 당연했다.
연합의 수장으로써 자리잡기 전,
청부업을 하기 전,
이 몸이 자유로워지기 전부터 삶이 그렇게 정해져 있었다.
_
챙겨 온 연구 기록들 사이에서 찾아낸 파일을 가만히 책상 위로 내려놓았다.
20살이 넘어서야 나는 죄를 안고 태어났던 나의 시작을 알 수 있었다.
이름이 지어질 새는 없었다. 어머니의 뱃속에서 나와 첫 숨을 들이킨 그 순간부터 작은 생명의 숨결에는 독기가 서렸고, 몸에서는 독액이 샘솟아 갓난아기의 작은 몸을 감싼 천을 녹여내었다. 의료진과 어머니가 손을 쓸 새도 없이 독은 모두의 몸에 배어들어 끝내 한 생명의 탄생은 여섯 생명의 죽음으로 이어졌다. 원죄와도 같은 그것은 자연스레 달라붙어 병원은 물론 친부마저 두려움에 외면하고 도망친 결과, 아기는 실험실로 넘겨지게 되었다. 20살이 되어 도망쳐 나오기 전까지 자유는 주어지지 않았다. 삶에 대한 집착은 그 때부터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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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 밖의 세상을 모르던 때, 눈처럼 새하얀 타일로 뒤덮인 바닥에 나뒹굴며
내 피로 얼룩진 구둣발을 핥았던 것은 죽고싶지 않아서였다.
살고 싶다는 것 하나만을 인생의 목적으로 삼는 것이 구차하지 않을 수 없지. 그것으로 시작해 많은 것을 쥐어내었다 하더라도 근본적인 사실은 달리 변하지 않는 법이었다. 그렇게 살지 않았다면 지금의 자신도 있지 못했을 것이 당연하니, 태어난 그 순간부터 시작된 욕심은 그것이었다. 조금도 가지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탐욕은 그저 자석처럼 따라붙었을 뿐. 삶에 대한 미련으로 가득찬 이의 손아귀 안에서 종이가 구겨진다. 무언가를 처리하지 못했다는 내용, 벽에 적혀있던 세 수장의 이름. 바이러스. 골치가 아파오지만 그것들은 상관없다. 어떻게든 나오게 될 결론이니. 문제는, 아리엔이 전한 이후로 기억을 들쑤시는 정보.
'뭐, 이능력자들 대상으로 실험하는 연구소가 예전에 큰 거 하나 있었나봐. 그게 십몇년전인가 망하고-실험체들이 다 부수고 도망쳤다나?'
연구소의 소장, 바랜 금발의 여자와 몸 절반이 녹아내린 정신계 능력자 사내. 무시할 수 없는 두통이 밀려온다. 끔찍한 세뇌는 제가 스스로 벗어나지 않았던가? 그 자들이 죽었음을 분명 제 두 눈으로 확인하지 않았던가? B급의 독 능력자에게 끝없이 극독을 주사해 S급으로 만들어낸 것은 그들의 업적이었고, 나는 그들이 만들어낸 재해로써, 그 독으로 철저히 기관지를 녹이고 육체를 붕괴시켰다. 죽지 못하고 고통에 꿈틀거리는 이들의 목은 분리했다.
아니, 아니다.
그자들의 연구는 진척되고 있었어. 방도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지. 그렇다면 이번에 발견된 연구소는 그것과 연관이 있나? 실험의 내용과 큰 목적은 다르다. 정보를 가져온 아리엔 역시 5년 전 닫힌 연구소의 위치는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니 엮여있을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
내가 브랜든과 함께 책임지고 있던 에이프릴의 죽음은 충격일 수 있으나 가까웠던 언젠가 리볼버에게 말했던 것처럼, 끝까지 살아남아 죽은 이들의 목숨을 발목에 줄줄이 매달고 걸어가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성의다. 그런데 어째서 나는 이리도 머리를 움켜쥐고 있나, 죽었다 생각했던 연구원들의 소식. 내가 있던 연구소도 국가의 지원 하에 실험을 진행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연합들의 해체가 모두 그들의 계획 하에 이루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까지. 그 모두를 합하더라도 흔들릴 리 없다. 나는 그만큼 강하고, 그렇기에 지금까지 굳건히 서 있었다. 그러니 두통은 외부적 요인이 분명하다. 어디서 기인한 것인가는 또다른 의문이지만.
무엇 하나라도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
가만히 있을 수는 없으나 홀로 밖으로 뛰쳐나갈 수도 없다.
마음같아서는 그러고 싶고, 이전같았다면 고민 없이 독단적인 행동을 감행했을 터이나 지금에 이르러 제 어깨에 얹어진 것은 너무도 많으니.
"이젠 어떤 것도 나 혼자만의 일이 아니지."
나는 즉흥적인 행동을 즐기나 어리석지는 않다. 과열된 머리를 잠시 비우는 것이 좋겠지,
손바닥에 고인 검은 독액을 제 입으로 흘려보내자 가진 내성보다 더 강한 독기는 빠르게 퍼져나가 익숙한 감각으로 전신을 장악한다.
완전한 해독까지, 몇 시간.
...
챙겨 온 연구 기록들 사이에서 찾아낸 파일을 가만히 책상 위로 내려놓았다.
20살이 넘어서야 나는 죄를 안고 태어났던 나의 시작을 알 수 있었다.
챙겨 온 연구 기록들 사이에서 찾아낸 파일을 가만히 책상 위로 내려놓았다. 20살이 넘어서야 올리앤더는 죄를 안고 태어났던 자신의 시작을 알 수 있었다.
1983년 3월 13일. 이름이 지어질 새는 없었다. 어머니의 뱃속에서 나와 첫 숨을 들이킨 그 순간부터 아기의 숨결에는 독기가 서렸고, 몸에서는 독액이 샘솟아 갓난아기의 작은 몸을 감싼 천을 녹여내었다. 의료진들과 어머니가 손을 쓸 새도 없이 독은 모두의 몸에 배어들어 끝내 한 생명의 탄생은 여섯 생명의 죽음으로 이어졌다. 원죄와도 같은 그것은 자연스레 달라붙어 병원은 물론 친부마저 두려움에 외면하고 도망친 결과, 아기는 특수한 실험실에 넘겨져 자라나게 되었다.
시설 내 소각장에서 사람 타는 냄새가 풍겨오는 날이면 곁에 있던 사람들은 나이나 능력관 상관없이 한둘씩 줄어들어갔다. 같은 공간에 머무르는 모두가 바늘 끝이 피부를 뚫고 들어오는 감각에 질려 있었지만, 소수의 몇몇은 몸이 갈기갈기 찢겨나가는 고통 이후에 찾아올 힘에 심취해 있기도 했다. 그런 이들만은 질긴 목숨을 이어나가기가 더 수월한 듯 했지만 후에 올리앤더라 불릴 아이는, 그 어느 쪽도 아니었다. 이능력을 가진 자들을 히어로라 추앙하고 능력자들이 떳떳히 양지에 서 있을 수 있는 것도 그리 여겨질 수 있을만한 환경과 능력이 주어졌을 경우의 일이었을 뿐, 음지에서는 암암리에 갑자기 나타난 이능력자들에 대한 생체실험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능력의 근원은 어디에 있나, 어떻게 작용하는가, 강제적으로 능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가, 강화했을 경우 신체는 어디까지 버텨낼 수 있는가 등등. 연구원들은 알고싶어 하는 것들이 많았다. 아이에게 주로 행해지는 실험들은 강화에 치중해있었던 덕에 매일같이 팔뚝에는 주사기가 꼽혀 내 피와 독을 뽑아가고, 새로운 독극물을 주입당하는 식이었다. 외부의 독성에 신체가 무너지고, 흰 가운을 입은 치유능력자에 의해 재생되었다 다시 버티지 못해 무너지는 것을 반복하는 것은 그저 죽는 것이 더 편할만큼 괴로웠지만 그들은 소년의 몸이 더 이상 무너지지 않을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그 고통을 반복하다보면 어느 샌가 소년의 몸은 새로운 독에 적응하여 그것들을 몸과 능력에 흡수해 받아들였다. B급 수준으로 타고난 능력자. 단순히 같은 독성의 독액과 독기를 뿜어내는 것이 전부였던 아이는 그 자들의 말을 빌리자면, 그렇게 강화되고 진화되어 갔다. 연구원들의 탐구욕 속에 죽어나가는 주변인들과 무너져가는 정신. 그 사이에서 소년을 지탱하는 것은 죽고싶지 않다는 욕구 하나뿐이었다. 최면과 암시를 거는 능력자는 정기적으로 실험체들을 데려가 가만히 잠을 재우고 돌려보내곤 했다. 포기하면 편해, 깊게 새겨넣어진 무기력에 모여앉은 아이들은 매일같이 그 소리를 되뇌였으나 소년은 많이 달랐다.
흰 타일이 깔린 바닥에 널브러져 왈칵 피를 토해내었다. 코와 귀를 포함한 몸의 모든 구멍들에서도 피가 줄줄 흘러나오자 연구원들이 치유 능력자를 불러오라며 부산을 떨다 실수인지 아닌지 아이의 등을 밟았다. 숨이 넘어갈 듯 껄떡거리고, 몸이 차갑게 식어가는 것이. 죽음이 몰려오는 것이 소름끼치도록 실감이 나 피웅덩이에 쳐박혀 바르작거리자 양 손에서 검은 독액이 스며나와 피에 섞여들며 지독한 냄새를 풍겼다. 그렇게 몸을 침범해오는 외부의 독기에 피를 토하면서도 작은 소년은 악에 받혀 살겠다 울부짖었다. 그러다 치료를 받아 멀끔해지면, 고통은 가셨으나 정신은 채 돌아오지 못해 망가진 장난감마냥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다음 실험을 곧장 이어가기 위해 일어나란 명령이 내려질 때까지는.
아이는 항상 살고자 했다. 자신의 의지로 버텨내며 살기 위해 다른 실험체를, 때로는 제 몸에 손을 댄 연구원들까지도 죽여가며 그들이 신체를 아무리 가지고 논대도 완전히 무너뜨리지 못하도록 했다. 무얼 위해 그리 살고싶어하나, 제 독만큼이나 지독한 놈이라는 수군거림은 늘 귓등에 진득하게 달라붙어있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이야기를 나누던 동료를 죽였다지. 그 후에는 연구원마저 죽였다더라. 저를 범하다 목을 졸랐다는 이유로. 죽을까 봐. 이런 삶에 무슨 의미가 있다고 그렇게까지 살고 싶은지. 어떤 소리가 들려와도 신경쓰지 않았다. 도대체 무얼 원해서, 올리앤더는 저도 아직까지 모르겠다 말했다. 삶에 무얼 바래야할지조차 모른 채 그저 살고자 하였다. 지금도 그렇다. 단지 죽고 싶지 않다는 욕심만으로 죽은 이들을 목숨을 발목에 줄줄이 매달고서 닿을 수 없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을 뿐.
이건 이름이 뭐죠?언제 한 번. 이번 것은 정말 힘겨웠다 생각하며 고통 속에서 헐떡이며 물었더랬다. 어느 변덕이었을까, 필시 새로이 끌려들어왔던 다른 아이가 제 이름은 따로 있다 소리지르며 주어진 숫자들의 나열을 부정하는 것을 보았던 탓이 없잖아 있었을 것이다. 소년의 번호는 3-41이었다. 3번째 세대의 41번째 실험체. 연구원들은 물론, 이 독조차도 이름이 있을텐데. 소년은 그들에 의해 매겨진 숫자들로 불리는 수 밖엔 없었다. 그조차도 제 이름을 찾던 아이가 없었다면 이상한 것이라 깨닫지 못했을 테지만.
'올리앤더.'
독 주제에 이름 한번 우아하다 생각했다. 더욱 배알이 뒤틀린 그는 다시는 자신에게 주사되는 것들의 이름을 묻지 않았다.
소년이 청년이 되었을 즈음, 그 세대의 실험은 끝에 다다라가고 있었다. 연구원들이 말하는 완성이 무엇인지 청년은 알 수 없었으나 끝이 가까워지고있다 하였다. 죽지만 않았다뿐 실패한 실험체들도 그렇지 않은 실험체들에 죽임당해 남은 것은 경화능력자, 안개능력자, 치유능력자. 독능력자인 청년까지 넷. 그 시점에서 청년은 실험 도중 연구원의 실수로 왼쪽 눈이 독성에 녹아내렸다. 빠른 처치로 반대쪽 눈마저 실명되지는 않았으나 한 쪽 눈은 영원히 어둠에 잠겼고, 남은 한 눈은 보이는 모든 것이 흐려졌다. 묶인 채 새로운 실험실로 옮겨지던 중 그는 참지 못하고 독을 둘러 몸을 구속하고 있던 금속 구속구들을 녹여내고 도망쳐 나갔다. 그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치료를 받느라 세뇌가 조금 풀려나갔던 덕일 것이다. 허무할 정도로 탈출은 쉬워서, 기가 막힐 지경이었지만 이내 실험실 밖의 그 어떤 것도 자신이 알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기에 청년은 제가 나온 곳으로 다시 뛰쳐들어가 다른 실험체들을 꺼내오고자 했다. 우선적으로 탈출시킨 같은 세대 중 안개능력자와 힐러는 그에게 동조했으나, 경화 능력을 가졌던 이는 세뇌에 유독 깊게 당한 듯 저항하다 청년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그 후는, 청년의 탈출과 이어진 공격으로 경각심을 가진 그들이 더욱 깊게 세뇌한 실험체들을 죽여나가는 일의 연속이었다.
세상에 나온 청년과 두 사람은 빠르게 적응해야만 했다. 무너진 실험실로부터 빼내 온 연구 기록들을 해석해 저들에게 주어졌던 것들을 이어나가 힘을 강화함과 동시에, 저마다의 살아갈 길을 찾아 헤매이기 시작했다. 청년은 자신을 올리앤더라 스스로 이름 붙였다. 앞이 갈수록 보이지 않아 안경과 의안을 맞추고. 실험실을 완전히 무너뜨린 뒤 그 관계자들을 암살하기 시작한 올리앤더는 자연스레 어두운 곳에서 소문이 되어 퍼져나가기 시작해 완전한 살인 청부업자로써 살아가게 되었다. 그렇게 벌어들인 돈, 관계, 권력, 쾌락 등에 모두가 매달리기 시작하던 차에 그는 음식을 탐하는 두 사람을 보고 그제껏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기시감을 느꼈다. 실험실에서 주어졌던 아무 맛 없는 음식들과 영양 주사들에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던 사실. 오직 올리앤더만이 맛을 느끼지 못했다. 언제부터인지 알 수도 없이 미각이 남아있지 않았다. 차라리 계속해서 몰랐다면 좋았을 것을 깨닫는 순간 몰려온 박탈감은 알게 모르게 그의 안에 분노로 자리잡았다.
함께 도망쳐나온 이들 중 안개능력자는 다른 길을 가기로 결정했다. 그녀는 스스로 국가에 몸담아 히어로가 되었으나, 몇년 뒤. M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그녀의 신체 안개화에 개인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던 올리앤더는 시체를 수거해 와 새로운 실험을 시작했다. 그가 다루는 기체형 독은 범위와 방향을 제어하기가 불가능에 가까웠기에, 기체화 된 신체를 자유자재로 제어하던 그녀의 능력과 합쳐진다면 보다 진화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들의 신체에 대한 분석은 예의 그 기관에서부터 모두 완성되어 있었다. 이제는 그것을 이용해 타인의 능력을 제 몸에 받아들일 수 있는지 알아낼 차례라 보았고,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올리앤더는 기어이 내 신체의 일부를 안개화 할 수 있게 하였다. 본래의 것과는 다른 검고 유독한 안개였지만 여기까지는 계획에서 큰 어긋남이 없었다. 한 가지 간과했던 것은 끝까지 자신의 곁에서 실험을 보조하던 치유 능력자가 그녀와 소위 깊은 관계였다는 사실이었다. 몰랐다. 관심이 없었고, 그런 감정 비슷한 것도 가져본 적 없으니 알 수 있을 리 없었다. 때문에 올리앤더는 그가 다른 능력자까지 이용해 자신을 죽이려 들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실험으로 만들어진 끔찍한 괴물.
근처의 모든 게 썩어들어가지. 악취를 풍기면서.
애초에 인간이라 본 적 없었던 거야. 아니면 자기 자신을 인간이 아니라 생각하고 있었거나.
함께 도망쳐 나온 이들만 빼 놓고 같은 세대의 실험체들 대부분을 죽였던 그 때부터 이 모든 것을 계획하고 있었던 것이지.
제 능력만으론 만족할 줄 몰라 타인의 능력을 탐하고, 그것을 얻기 위해 이용할 또 다른 능력까지도 필요로 해 죽이지 않고 남겨두었지.
그렇게 '우리'만 데리고 나왔잖아.
동료였던 그는 소리질렀다. 글쎄, 무엇이 진실이고 오해이든 그것이 그렇게 중요할까?누군가 제가 죽기를 바란다고 해서 죽었다면 진작에 올리앤더는 이 땅에서 사라졌을 것이니. 그는 조소했다. 어떤 수작을 부려놓은 것인지, 독을 사용하려 뿜어낸 순간 그동안 그에 의한 희생자들이 그리했던 것처럼 손발 끝부터 검게 삭아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것을 멈추고, 손을 안개화하여 두 능력자를 죽였다. 지독한 독기에 녹아내리는 인체에서 이제는 익숙해진 악취가 역겹게 흘러나와 옷소매로 코를 문질렀다. 언제나 그랬듯 살아남은 것은 올리앤더였다. 끝끝내 그는 실험실의 모두를 집어삼키고 괴물로써 완성되었다.
그러나 갈증은 사라질 줄을 모르고, 탐욕은 여전히 남아, 아니. 도리어 더욱 커져 또 다른 것을 찾아 헤매이기 시작했다. 제가 가지지 못한 것들. 얻지 못하고 비어있는 자리. 새로이 무언가를 얻고 또 얻어내어도 주변은 황무지였다. 그럼, 이제는 무엇을 삼켜야 할까.
- 올리앤더, 그의 본명은 본인조차 모른다. 어머니의 뱃 속에서 나와 첫 숨을 들이킨 그 순간부터 숨결에는 독기가 서렸고, 몸에서는 독액이 샘솟아 갓난아기의 작은 몸을 감싼 포대기를 녹여내었다. 주변의 간호사들과 어머니가 손을 쓸 새도 없이 독은 모두에게 스며들고 말아 끝내 한 생명의 탄생은 여섯 생명의 죽음으로 이어졌다.
- 병원은 물론 친부마저 두려움에 자식을 외면한 결과 아기는 아무것도 모른 채 실험실에 넘겨졌다. 이능력을 가진 자들을 히어로라 추앙하는 것도 그리 여겨질 수 있을만한 능력을 가진 이들이 떳떳이 서있을 수 있는 양지의 일일 뿐, 음지에서는 암암리에 갑자기 나타난 이능력자들에 대한 생체실험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아기는 그곳에 끌려온 다른 능력자들의 사이에서 자라나게 되었다. 또래의 아이들도 있었기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뭉쳐야만 했다. 매일같이 실험시설 내 소각장에서는 시체 타는 냄새가 풍겨왔다.
- 아기가 아이가 되고, 아이가 소년이 되었을 무렵부터 실험에는 박차가 가해졌다. 몇 날 며칠을 실험실 수술대에 묶여 제 독을 뽑히고, 이름 모를 독극물들을 강제로 주입 당하고, 그것들을 해독하기를 반복하며 고통 받는 사이 소년은 자신의 능력에 적응하고 더 다양한 독들을 접해 다룰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은 소년의 변화를 가리켜 능력의 진화라고 말했다.
- 몸에 받아들여야만 했던 가장 끔찍한 독들 중 하나의 이름을 묻자 올리앤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 소년은 청년이 되었다. 그 또래의 실험체는 셋 만이 남아있었다. 청년은 참고 참다 어느 날, 다른 실험실로 옮겨지기 위해 묶인 채 끌려가던 중 온몸에 강한 독을 둘러 자신을 구속하고 있던 금속 덩어리들을 녹이고 그 시설에서 도망쳐 나왔다. 처음으로 세상에 나왔다는 기쁨도 잠시, 평생을 함께 해 온 실험실의 친구들을 두고 홀로 나온 청년은 그들을 구하고 싶었다.
- 왼쪽 눈은 의안으로, 20대 초반에 연구원의 실수로 자신의 독에 의해 잃었다. 빠른 조치로 안면이 변형되거나 반대쪽 눈마저 실명되는 일은 없었다. 그가 실험실에서 도망쳐나온 것은 눈을 잃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 그러나 경화 능력자는 실험으로 인한 능력의 강화에 심취해 있었다. 그는 실험실을 무너뜨리려 온 올리앤더에게 역으로 저항하다 죽임을 당했다. 후에 알게 된 것이지만, 그곳의 실험체 모두는 세뇌를 당하고 있었다. 그 암시가 얼마나 강하게 걸렸느냐의 개인차가 있었을 뿐. 올리앤더가 지금까지 스스로 실험을 계속하는 것 역시 그 영향이리라.
- 올리앤더는 동료라 부를 수 있었던 이들을 구하려 생체실험하던 자들을 하나씩 모두 암살하기 시작했고, 나름의 성공을 거두었다.
- 실험실에서 그는 계속해서 다른 숫자들의 배열로 불렸다. 그것이 이름이었고, 가장 오래. 마지막으로 가졌던 이름은 3-41호 실험체였다. 올리앤더라는 이름은 실험 중 몸에 받아들여야만 했던 가장 끔찍한 독들 중 하나의 이름을 물었다 처음 듣게 되었고, 독 주제에 이름이 부드럽다 생각하며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세상에 나오게 되었을 때 처음 식물 올리앤더를 보고는 마음에 들어 자신의 이름을 올리앤더라 지었다.
- 청년은 그렇게 올리앤더가 되었다. 그는 세상에 빠르게 적응해가며 암살 의뢰를 받기 시작했다. 철저히 어두운 곳에만 숨어있는 그였지만 사람들 사이에는 암암리에 살인 의뢰를 완벽히 수행하는 남자에 대한 소문이 퍼져나갔다. 결국 그는 대외적으로는 해결사로서 일하고, 뒤로는 암살 및 살인 의뢰를 받으며 제법 큰 돈을 만지게 되었다.
- 미각은 일찍이 어린 시절 실험의 후유증으로 잃었다. 실험실에서는 제대로 된 음식을 먹을 일도 없었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었지만, 세상에 나오고 나서 다른 친구들이 맛있는 음식을 미친듯이 찾아다니는 것을 보고 결핍을 느꼈다.
- 독기를 품은 청년은 더욱 강해지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로 결심했다.
- 안개 능력자는 스스로 히어로가 되었으나 S급 M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이전부터 그의 능력에 관심이 많았던 올리앤더는 그의 시체를 회수해 와 자신이 독기를 가진 안개가 될 수 있는 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 손,발 끝은 실험실에서 함께 도망쳐나왔던 오랜 동료(힐러)의 배신으로 그렇게 되었다. 그는 안개능력자와 사이가 유독 깊었고, 올리앤더가 죽은 그를 이용해 실험을 하며 능력을 흡수하기까지 하려 한다는 것을 알고 분노했다. 하지만 올리앤더에겐 전면전이나 독을 이용한 암살이 통할 리 없으니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다른 능력자를 이용했다. 새로운 의뢰인 것처럼 해 올리앤더가 그와 접촉하도록 하곤 스스로의 독에 대한 면역력이 떨어진 올리앤더를 죽이려 들었다. 독을 사용하려 뿜어낸 올리앤더는 그 순간 제 손발 끝부터 삭아들어가는 것을 느끼고 멈추어 대신 아직 불안정하던 독안개화를 이용해 동료와 그 능력자를 죽여버렸다. 이후 원인은 알 수 없으나 손발 끝이 점차 깊게 변색되고 있다.